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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병이 아니라 감정이다
요즘 우리는 외로움을 ‘극복해야 할 증상’처럼 여깁니다. 누군가가 “요즘 좀 외로워”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봐”입니다. 외로움은 곧 고립, 우울, 사회부적응의 전조처럼 간주되며, 반드시 ‘치유해야 할 문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외로움은 병일까요, 아니면 인간 존재의 일부일까요?
인간은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살아가지만, 동시에 누구도 완전히 이해받을 수는 없습니다. 외로움은 그 간극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외로움을 병리화하는 문화는 이 감정을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로 규정하면서, 사람들에게 ‘정상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강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연결 강박
SNS는 우리를 끊임없이 연결해 줍니다. 하지만 그 연결은 종종 피상적이고, 강박적이며, 오히려 더 깊은 고립감을 유발합니다. 좋아요 수, 단체 채팅방의 침묵, ‘답장을 안 했다는 죄책감’은 우리가 타인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반영합니다.
외로움 자체보다 무서운 것은, 외로워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있는 자신을 누군가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이는 외로움보다 더 깊은 사회적 불안이자, 현대적 감정의 특성입니다.
‘혼자 있음’은 고립이 아니라 선택일 수도 있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 줍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이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 사상가들이 외로움 속에서 창조적 에너지를 발견해 왔습니다.
심리학자 윈닉컷(D.W. Winnicott)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인간 발달의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고립이 아니라, 스스로와 함께 있는 법을 배우는 성숙의 과정입니다.
외로움을 받아들일 때, 관계도 깊어진다
외로움을 인정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더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불안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진정한 연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연결은 수치심도, 비교도, 성과도 아닌, ‘고요한 나눔’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외롭지만, 괜찮아.”
📚 참고 문헌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 『고독의 발견』 – 안젤라 레이첼 외
- 『디지털 미니멀리즘』 – 칼 뉴포트
-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 – 알랭 드 보통
- 『외로움의 철학』 – 라르스 스벤젠
📎 다음 글 예고: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 – 현대인의 ‘무표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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