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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7. 11.

    by. 뿌듯한 하루

    목차

      불안을 창조하는 이야기 – 왜 우리는 무서운 이야기에 끌리는가

      1. 인간은 왜 자발적으로 공포를 소비할까?

      한여름 밤, 괴담 특집 방송을 틀어놓고 식은땀을 흘리며 본 적이 있는가? 으스스한 소설, 섬뜩한 영화, 밤에 보면 잠 못 이루는 미스터리 드라마까지. 사람들은 때로 자발적으로 무서움을 찾는다.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도대체 우리는 왜 '무서운 이야기'에 끌리는 것일까?

      공포는 본래 '피해야 할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면,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왜 불안을 창조하고 소비하는지를 문학적, 심리학적, 철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공포의 심리학 – 불안은 일종의 카타르시스

      공포 이야기는 뇌에서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이는 실제 위협이 아님을 인지하는 상황에서 쾌락적인 감정과 맞물려 '안심 속 스릴'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심리학자 마거릿 블로이드는 공포 콘텐츠가 우리의 통제욕구와 현실불안을 해소해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설명한다.

      또한, 공포 이야기의 구조는 안전한 실패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죽고, 절망하며,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침대 위에서 안전하게 경험한다. 이처럼 이야기로 가공된 공포는 현실을 감당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3. 불안은 존재의 신호다 – 하이데거와 라캉의 시선

      마르틴 하이데거는 불안을 '존재의 각성'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사물과 세계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존재 그 자체를 자각하게 된다. 공포 이야기는 바로 이 '낯섦의 체험'을 일으킨다.

      자크 라캉은 공포를 욕망의 반영으로 본다. 특히 우리가 보고 싶지 않지만 알고 싶은 '결핍'의 얼굴이 바로 공포다. 유령, 살인마, 괴물은 무의식의 불안을 형상화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야기 속 괴물에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4. 고딕 소설과 도시괴담 – 이야기가 불안을 조율하는 방식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샬롯 퍼킨스 길먼의 「노란 벽지」 등 고딕 소설은 불안과 억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여성의 광기, 과학의 경계, 인간의 본성을 테마로 한 작품들은 문학이 인간 내면을 어떻게 형상화하는지 잘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는 도시괴담이나 인터넷 괴담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공포를 통해 불확실한 사회, 익명성, 잔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말한다. 문학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의 공포를 꺼내어 보여주며,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를 묻는다.

      5. 왜 우리는 계속해서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가

      결국, 무서운 이야기는 공포 그 자체보다, 공포를 다루는 우리 자신을 보여준다. 공포는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감정 중 하나이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직면하고, 조율하고, 넘어서려 한다.

      무서운 이야기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마주하는 방식이자, 감정의 한계를 탐색하는 문이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 오늘도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들

      •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 샬롯 퍼킨스 길먼, 「노란 벽지」
      • 기리노 나쓰오, 『아웃』
      • 토마스 리고티, 『꿈의 파편들』

      다음 글에서는 공포 장르가 사용하는 문학적 장치들—닫힌 공간, 경고음, 금지된 장소 등—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보려 합니다. 《문을 열지 마 – 호러의 문학적 장치들》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