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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7. 14.

    by. 뿌듯한 하루

    목차

      기억과 환상의 미로 –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세계

      1. 일본 미스터리는 왜 감정의 미로인가?

      서양의 미스터리가 ‘이성과 추리’를 중시한다면, 일본 미스터리는 ‘감정과 기억’을 탐험한다. 범죄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뿐 아니라, 그 사건이 남긴 상흔, 고통, 죄의식까지 끝까지 따라간다. 이 글에서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이 왜 독특한 정서를 지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독자의 내면을 뒤흔드는지 살펴본다.

      2. 에도가와 란포 – 일본 미스터리의 출발점

      에도가와 란포(Edogawa Rampo)는 일본 미스터리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필명을 정했고, ‘기괴함’과 ‘성적 억압’, ‘정체성의 분열’을 테마로 삼았다. 「인간 의자」나 「파노라마 섬 기담」 같은 작품은 사건보다는 인간의 기이한 심리에 집중한다.

      란포는 일본 미스터리를 단순한 추리에서 감정과 환상의 영역으로 넓혔다. 그는 탐정소설을 통해 인간의 이면, 억눌린 욕망, 존재의 불안을 끄집어낸다.

      3. 미야베 미유키 – 미스터리는 시대를 비춘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유』, 『모방범』, 『화차』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범죄 추리를 넘어서 사회 시스템 속의 불안을 다룬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묻는 그녀의 서사는, 독자가 인물의 삶과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화차』는 파산, 신용불량, 정체성 소멸이라는 현대의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그녀의 문장은 때로 느리고, 긴 여운을 남긴다. 이는 독자가 사건을 '이해'하기보다, 감정적으로 '겪게' 만든다.

      4. 기리노 나쓰오 – 불편한 진실과 여성의 목소리

      기리노 나쓰오는 『아웃』, 『그로테스크』 등에서 여성의 분노와 억압된 욕망을 전면에 드러낸다. 그녀는 폭력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잔혹하면서도 고요한 묘사로 독자를 흔든다.

      『아웃』은 가정폭력과 빈곤, 노동의 착취 속에서 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보다도, 그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세계의 구조’를 더 치밀하게 파고든다.

      5. 히가시노 게이고 – 서사적 미로의 설계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터리의 대중성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이끌어낸 작가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수학적 논리와 인간의 감정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추리소설이 ‘인간 이해의 문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에 있다. 그리하여 히가시노의 미스터리는 논리적이면서도 깊이 감정적이다. 사건의 해결보다, 인간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미로 설계자라 할 수 있다.

      6. 일본 미스터리, 감정과 환상의 미로

      일본 미스터리 문학은 단지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균열, 사회 시스템의 그림자, 기억과 욕망의 흔들림을 서사로 풀어내는 여정이다. 그 안에서 독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들

      • 에도가와 란포, 「인간 의자」
      • 미야베 미유키, 『화차』, 『이유』
      • 기리노 나쓰오, 『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공포·스릴러 작품 속 감정의 지형도를 살펴봅니다. 《두려움의 얼굴을 한 일상 – 한국 스릴러의 감정지도》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